현장 노트

Unix C에서 4족보행 로봇까지 — 28년, 내가 통과한 시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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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글을 무엇으로 시작할까 오래 고민했습니다. 결론은 간단했습니다 — 제가 통과해 온 시대들 이야기. 28년 동안 기술은 몇 번이고 갈아엎혔지만, 그 모든 변화를 현장에서 직접 맞은 사람의 기록은 생각보다 흔치 않으니까요.

1998, 전화선과 Unix C

시작은 하이텔 인포샵 ‘JOY’였습니다. Unix C와 CGI로 전화망 위의 PC통신 서비스를 만들고, 콘텐츠 다운로드 과금·정산을 짰습니다. 데이터베이스는 Informix. 지금 기준으론 고대 유물 같지만, “사용자가 쓰는 서비스를 내 손으로 만든다”는 감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2000년대, 결제와 전자화폐

데이콤 사이버패스에서 충전형 전자화폐와 PG를 다뤘습니다. Pro*C와 Oracle로 전화카드를 온라인 결제 가능한 화폐로 바꾸고, ARS 결제·천리안 캐쉬까지. 돈이 오가는 시스템은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걸 여기서 배웠습니다.

일본에서의 4년

일본 현지 법인에서 인터넷 영상통화(UBIQS)와 SI를 4년. 언어도, 개발 문화도 다른 환경에서 “끝까지 책임지고 납품한다”는 감각을 익혔습니다. (JLPT 1급은 덤으로 따라왔습니다.)

모바일과 대용량의 시대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판이 바뀌었습니다. Wowza로 VOD 스트리밍을, 청소년 유해차단 ‘스마트보안관’에서는 45만 사용자의 트래픽을 분산했습니다. API 경량화, 쿼리 튜닝, 로드밸런싱 — 규모가 곧 난이도인 세계였습니다.

실시간, WebRTC

라이브토리(스마트 CCTV)와 flatschool(라이브 강의)에서 WebRTC를 깊게 팠습니다. STUN/TURN/Signaling을 직접 구축하고, 1:N P2P JavaScript·Android 라이브러리를 만들고, Redis Pub/Sub으로 Scale-Out까지. “실시간”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체감한 시기였습니다.

이벤트와 분산

더잭팟에서는 Kafka 기반 EDA로 알림 시스템을 핵심 로직에서 떼어냈습니다. 영상 업로드 한 번에 모든 팔로워에게 푸시를 보내는 일을, 받는 사람이 몇 명이든 일정한 응답으로. 느슨한 결합이 곧 안정성이라는 걸 시스템으로 증명한 경험입니다.

그리고 지금, 로봇

지금은 케이알엠에서 4족보행 로봇 통합관제 시스템(GCS)을 만듭니다. 웹·결제·실시간·대용량을 거쳐 온 경험이, 로봇이라는 물리 세계와 만나는 지점에 서 있습니다. 화면 너머가 아니라 진짜로 움직이는 것을 제어한다는 건 또 다른 긴장감입니다.

기술은 바뀌어도

Unix C에서 로봇까지, 도구는 수십 번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본질은 하나였습니다 — 만들고 싶은 것을 소프트웨어로 만드는 일. 이 블로그 현장 노트에서는 그 경험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를, 트렌드 너머의 깊이로 나누려 합니다.

그럼, 시작합니다.